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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이야기

갈치낚시의 첫경험

* 작년 갈치낚시를 처음 한 후 썼던 글을 다시 옮겼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란 뜻에서...

지금 보니까 지나치게 긴 글이네요. ㅠㅠ

 

 

 

 

1

처음 접하는 갈치 조업의 제안이 너무 급하게 왔다.

주중의 여러 계획에 발목을 잡혀 차분히 준비할 엄두도 못내는 상황.

‘어쩐다…’

급 할수록 돌아가라 하지 않았던가?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어부들의 조업에서 유래된 장르니까, 우리 선조들의 경험을 믿자. 가족을 위해 평생을 거친 바다와 싸우면서 만선가(滿船歌)를 부르기 위해 숱한 세월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그 방법을 믿어보자. 채비, 바늘, 미끼는 다 준다니까 해결 되었고… 로드와 전동릴은??? 인터라인대의 효용을 알려면 가이드 대의 불편함을 먼저 겪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국산 전동릴이 과연 갈치 조업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래. 검증을 해보자’

마음을 굳히고 나니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이른 새벽(AM 6 : 30분)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남동구청에 도착하니 이미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반가운 얼굴과 인사를 나누고 승차 후 출발.

비봉 I.C에서 다시 일행을 태우고 곧장 남도로 향한다.

달리는 버스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정감이 넘쳐난다. 때로는 무거운 주제일 때도 있지만, 세월을 앞서간 선배가 내 곁에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그저 남남일 뿐이다. 두 번의 휴게소 정차가 지나가자 곧 남도의 파란 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6시간의 기나긴 여정이 길지 않게 느껴졌던 것은 역시 대화의 힘이다. ‘말하기와 듣기’

열린 마음의 사람들만이 가능한 일 아닐까?

 

2

출조점에 도착하니 남쪽의 바다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점심상이 기다리고 있다.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즐기는 남도의 오찬.

돌산의 명물 갓김치와 생굴, 미역 데침이 주는 느낌은 그대로 바다이다. 벌써 마음은 남해의 쪽빛바다를 달리고 있다.

그 바다 향기에 취해 남해의 지역주인 잎새주를 한 잔 기울이고 싶은데 출항전 음주는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힘든 조업이기 때문에 멀미까지 겹치면 대형사고??? 말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술을 포기하고 바다를 만나러 출발했다.

군내항에는 여러 대의 갈치 선단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침선배의 형태이지만 빼곡히 달린 집어등이 갈치 선단임을 알게 해준다.

설레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짐을 옮기면서 바다 물빛을 살폈다. 전날까지 강하게 불었던 여파일까? 혼탁해진 물빛이 마음에 걸린다.

어르신을 모시고 온 일행들은 남들보다 더 분주한 모양이다. 냉동된 꽁치를 꺼내어 미끼 준비에 바쁜 모습. 바다 물을 살짝 끼얹어 꽁치를 쉽게 떨어지게 해놓고 포를 떠 나가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았다. ‘어깨 너머로 배우기’

해동(解凍)이 된 후의 꽁치 살은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얼어 있는 상태에서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포를 뜬 꽁치 살에 소금을 뿌려 염장을 해 놓으면 미끼 준비는 끝.

드디어 출항이다.

가스히터를 틀어 따뜻한 선실에 몸을 눕히고 잠시 휴식을 취해 본다. 배를 타도 자는 법이 없었는데, 선상낚시의 경험이 하나 둘 쌓이면서 배의 규칙적인 엔진소리와 흔들림은 어느덧 자장가가 되었다. ‘체력 비축하기’

 

3

잦아드는 엔진소리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 선실을 나섰다. 멀리 백도가 보이고 초겨울의 짧아진 해는 수평선 위쪽에 위태롭게 걸려있다.

선장님과 사무장님은 처음 갈치를 접하시는 손님들을 위해 채비를 나눠주고 준비를 돕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자’

올 해 우럭낚시의 좋은 동반자가 되었던 2.4m 우럭대를 꺼내어 채비 준비를 시작했다.

배에 준비되어 있던 단차 2.3m, 목줄 길이 1.2m, 7단 채비를 하나 가지고 와서 원줄과 연결하고 지급된 바늘을 묶어 나갔다. 올 해 배웠던 어부매듭 법은 역시 위력적이다. 순식간에 채비준비를 마치고 나니 주위를 둘러 볼 여유가 생겼다. 문어낚시처럼 갈치 채비도 아이디어의 경연장 같다. 어떡해 해서든 갈치에게 어필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총집결 되어 있는 느낌.

바늘허리에서부터는 야광 튜브, 그 위로 케미컬라이트, 다시 그 위에 야광 구슬까지…

채비 상단에는 오색으로 점멸하는 소형 집어등을, 하단에는 단색으로 점멸하는 집어등을 단 분도 계시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어종의 공격 본능을 최대한 자극하려는 시도일까?

평소 선상에서 회 뜨기를 담당(?)했던 화려한(?) 실전 경험을 미끼 준비에서 유용하게 쓰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남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꽁치 썰기를 끝낼 수 있었다.

아직 해가 조금 남아 있다.

이윽고 물풍이 내려가고 갈치를 만나려는 마음이 급하신 분들은 채비 입수를 시작한다.

‘갈치가 올라오는 걸 보면 시작해야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7단 채비의 정렬 방법이 궁금했던 터라, 연습 삼아 채비를 내려 본다. 200호 봉돌을 물속으로 넣고 첫 번째 바늘, 두 번째 바늘…어떻게 정리해야 엉킴 없이 내릴 수 있을까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일곱 번째 바늘이 다 내려가고 감이 잡힌다.

올렸을 때는??? 갈치가 물었을 때는??? 빈 채비만 올라 왔을 때는???

총 길이 15m의 채비가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에이~~ 남들도 다 하는데 뭐…’

터무니없는 자신감으로 자신을 잠깐 속이고 미끼를 끼워 나갔다.

“아직 어군이 형성되지 않았네요.”

스피커를 통해 선장님의 멘트가 흐른다.

멘트의 흐름을 따라 고개를 드는 순간 언제부터 밝혔었는지, 집어등의 불빛이 온 눈을 시리게 만든다.

“총 수심은 80m로 나옵니다. 바닥을 찍었을 때 전동릴에 찍히는 수심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수면 설정을 하고 채비를 내려 보았다. 엥??? 48m????

채비 길이 15m를 감안하더라도 63m…

침선에서 날려버린 합사 때문이다.

비례식을 암산으로 계산하려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유영층을 파악하자.’

아무도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내드는 감각낚시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만의 데이터 잡아 나가기’

아직 입질을 받아내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봉돌 던지기’를 연습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 왔다.

빈 바늘은 뱃전에 준비된 스펀지에 살짝 끼워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놓고 미끼가 달린 바늘은 스펀지 앞의 평평한 스테인레스 판위에 올려놓아 봉돌 투척 시의 저항을 최소화 해놓았다. 기둥줄은 올라온 순서대로 발밑에 자연스럽게 방치했다. 섣불리 정리하려고 들면 더 엉키게 마련. 꽁치 미끼의 무게로 인해 흘러내리지 않고 얌전히 있는 바늘의 정렬된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던졌다. 요행히 방향이 잘 맞았던 모양이다. 제법 멀리 날아간 봉돌을 따르던 채비가 정렬을 시도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하~ 이래서…’

미끼가 하강하면서 프로펠러처럼 발생하는 회전력이 채비 엉킴의 주범(?)임을 생각하면, 봉돌 던지기는 경험이 만들어 낸 통계이고, 이는 곧 과학이다.

낚시라기보다는 조업에 가까운 장르이고, 조업의 생명은 speed.

육지에서 무사 순항을 애타게 염원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또 만선가(滿船歌)를 위해서라도 조업의 손길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그 염원이 숱한 시행착오 끝에 오늘의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부들도 봉돌을 던지기는 하나요? ㅋㅋㅋ)

봉돌 던지기는 자신이 붙었는데 입질이 아직 없다. ‘우쒸~~ 잘 던지기만 하면 뭐해?’

동출한 일행에게 입질이 붙으면 깨워달라고 부탁해 놓고 다시 선실을 찾았다.

 

4

비몽사몽, 자는 둥 마는 둥, 꿈속에서 은린을 빛내며 꼬리를 흔드는 갈치 떼에게 온몸을 뜯기는 듯 하는 느낌에 퍼뜩 잠에서 깨어나 선실을 나왔다.

‘ 아~ 갈치다.’

다행히(?) 아직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지는 않았는지 좌우 현에서 낱마리의 갈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영층이 낮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바닥에서 5m만 띄우시고 천천히 감으세요.”

일단 집어는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열심히 해야지.

선장님의 멘트대로 바닥까지 봉돌을 내린 후 초저속 릴링을 시도했다.

8A의 개인 배터리를 휴대했기에 배 전원에 대한 걱정은 없앨 수 있었고, 문제는 내가 쓰고 있는 국산 전동릴이 과연 이 기능을 수행할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순간.

모터가 구동을 시작하고… 이런 너무 빠르다. 다시 천천히 스피드 레버를 아래로 내리면서 속도를 최대한 줄이려고 시도하자 빌 빌 빌… 너무 내렸나? 조금 올리자 비로소 마음에 드는 속도가 찾아졌다. 잠시 순항(?)하는가 싶더니 다시 빌 빌…

감다 서다를 반복하는 폼새가 아무래도 힘에 겨운 모양이다. 당황은 잠시. 예견되었던 상황이었기에 수동 릴링을 병행하기로 결심하고 입질 파악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초리대를 주시했다. 200호 봉돌의 무게를 안고 높은 파도를 타며 리드미컬하게 오르내리던 초리대에 어신이 전해졌다. 분명 어신이다. 챔질 순간을 놓쳤기에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수심층을 확인. 바닥에서 15m 올라온 지점에서의 입질이다. 또 오겠지.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억겁처럼 느껴지는 찰라 다시 어신이 전해졌다. 빠른 속도로 두 바퀴 릴링… 힘겨워 하면서도 용케 버텨주는 전동릴이 대견하다. 문득 갈치가 보고 싶어 졌다. 초보에게는 절대 참을 수 없는 유혹. 중속이 조금 안 되는 속도로 릴링을 시도하자 7단 채비의 제일 위 바늘에 3지가 조금 안 되어 보이는 갈치가 한 마리 달려있다. 그 빛나는 색깔에 새삼 감탄하며 쿨러에 몸을 누이자 지느러미가 물결치듯 파르르 춤을 춘다.

첫날밤을 맞은 새색시의 기다란 속눈썹 마냥, 그 떨림이 자못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연습했던 대로 바늘을 차분하게 정리하며 다음 입수를 준비하는 머릿속의 회전이 바쁘게 돌아간다.

‘O. K. 7단 채비의 제일 위 바늘이라… 감 잡았어.’

다시 힘차게 봉돌을 던지고, 전동릴의 수심계가 30m를 가리킬 때 까지 천천히 채비를 하강시켰다. 또 다시 시작된 탐색.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버텨주는 전동릴의 저속 릴링 모드를 믿고 챔질 방법의 변화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원줄을 빠른 속도로 당겨 주는 방법.

또 다시 입질이 찾아왔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툭~ 하고 한 번 당겨주고, 다시 기다렸다. 이런… 더 이상의 입질은 없을 모양이다.

채비를 회수하자 역시 상단 바늘에만 한 마리.

‘아무려면 어때. 고수들도 아직 쌍걸이 이상을 못하고 있는데… 잡아내는 것만 해도 용하지. 암~’

“집어층이 아주 얇네요. 아직 제대로 집어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추우니까 커피도 한 잔 하시고 조금 쉬어 가시면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우리 일행들 밖에 없다. 초짜들답게… ㅋㅋㅋ

 

5

따뜻한 커피로 언 몸을 잠깐 녹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지금이라도 나가기만 하면 갈치들이 꼬리를 흔들며 반겨줄 것 같은데, 유혹을 참아내기가 힘들다. 고기 욕심이라기보다는 낚시에 대한 욕심.

입질이 뜸한 시간은 오히려 체력을 비축하면서 쉬는 게 훨씬 낫다고 머릿속에서는 말하는데, 가슴속에선 나가라고, 얼른 나가서 고기를 잡으라고 끊임없이 속삭여댄다.

‘그래. 때로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괜찮은 법’

유혹에 못이기는 척 다시 낚시 자리로 돌아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했다.

‘수심계로 32m 지점에서 시작된 입질이니까 일단은 좀 더 여유 있게 내릴까? 집어층을 흩어지게 하면 오히려 불리하다던데…남들까지 못 잡게 하는 건 아닐까?’

순간 다시 선장님의 멘트가 흘러 나왔다.

“제법 고기가 모인 것 같습니다. 상층으로 많이 떴네요.”

언제 남들까지 걱정하면서 갈등을 했었는지 모를 정도로 손길이 바삐 움직인다. 피식~

스스로의 행동이 어이없게 느껴졌는지, 민망한 마음을 감추려 했음인지, 알 수 없는 헛웃음을 날리고 다시 조업 모드로 돌입.

목표한 수심층 까지 채비를 내리고 다시 초저속 릴링을 시도했다.

입질의 빈도가 확실히 틀려졌다. 때로는 노래미의 입질인 양 토독~ 거리는 것에서 제법 당차게 로드를 당겨가는 것 까지…

5m 층 까지 릴링하는 동안 초리대가 감지하는 여러 번의 입질을 만나자 잔뜩 기대가 된다.

3마리… 상단 바늘 쪽에만 갈치가 달렸다.

‘무슨 의미지? 릴링 속도가 너무 빨랐던 걸까? 아닌데… 그러면 3마리도 힘들었을 테니까 이 가능성은 지우고… 고기가 떠 있는 층이 더 위일까? 그 정도의 어군 밖에 형성되어 있지 않은 걸까?’

생각보다는 행동이 더 빨랐다.

위의 바늘부터 차례로 고기를 떼어내면서 다시 바늘 정렬.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는 패턴낚시를 해야 할 모양이다. 동선(動線)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면서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

다시 봉돌을 던지면서 미끼가 떨어지지 않나 확인하고 입질을 기다렸다.

어김없이 입질이 이어지는 게 참 신기하다.

다음 입질을 기다리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전동릴을 보니… 이런, 회전을 하지 않는다.

미리 생각했던 대로 초저속 릴링의 속도에 맞춰서 수동으로 천천히 핸들을 돌려 나갔다.

챔질 방법도 다시 핸들을 두 바퀴 빨리 돌리는 것으로 전환.

수심계가 0을 가리킬 때 까지 감기로 작정하고 릴링과 챔질을 반복했다.

2마리…

채비를 정리하면서 미끼를 확인하니 뱃살 부분을 잘라먹은 바늘이 눈에 띈다.

‘흔히들 말하는 약은 입질일까? 챔질이 성급했을까?’

바늘에 미끼를 끼면서, 루어 낚시에서 밑걸림을 방지하기 위해 그럽 웜을 끼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웜의 머리 쪽으로 완전히 바늘을 빼어내고 다시 몸통 중간으로 바늘 끝을 살짝만 빼는 방법.

다행히 꽁치 미끼의 길이가 길지 않기에 바늘의 길이와 미끼의 길이를 거의 1 : 1로 맞출 수 있었다. 선장님의 멘트도 그렇고 혼탁한 물빛과 급격히 떨어진 수온이 활성도를 방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시작된 조업.

목표로 한 지점까지 내렸지만 또 패턴이 바뀐 모양이다. 한참을 릴링 하고서야 처음으로 들어오는 입질. 이어지는 입질의 느낌이 앞의 것과는 확실히 다르게 강해졌다.

‘내 생각이 맞았던 걸까?’

얼른 올려보고 싶은 궁금증을 억지로 참으면서 원줄 끝이 수면에 나타날 때 까지 릴링을 계속 했다. 급격히 떨어진 수온의 영향인지 삼치 떼의 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덕분에 가능했던 방법.

역시 상단 바늘에만 3걸이…

나머지 미끼도 온전한 모습이다.

뭔가 잡힐 듯 잡힐듯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기에 더 답답해지는 마음을 애써 털어내고 현재의 상황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로드 끝을 높게 들고 잠시 기다려 볼까?’

생각이 끝났으면 실천은 오히려 쉬워진다.

순전히 요행이었겠지만 이 방법으로 두 번의 4걸이에 성공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갈치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참아내기 힘든 유혹 중의 하나가 미끼의 확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는데, 갈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아무런 입질을 느끼지 못하고 채비를 회수했던 적도 있었는데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 할 수 있었다.

‘왜 입질이 없었을까? 조금 전만 해도 입질이 들어왔었는데… 미끼가 혹시 떨어진 건 아닐까?’

이래서 채비를 전부 올리면 멀쩡하게 달려있는 미끼에 황당하게 되고, 갈치 조업에선 시간의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회수한 채비를 물 밖으로 꺼내어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내리자 거짓말처럼 100%의 입질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지금도 어리둥절하지만…

“5시 30분까지만 낚시를 하겠습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던가?

 

에필로그)

좋지 않았던 기상 조건과 생애 첫 갈치 출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불만을 가질 수 없었던 조황이었습니다.

신화처럼 떠도는 갈치 무용담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초라한 성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던 갈치를 경험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남도 여행이었고요.

지인들에게 몇 마리씩 나눠드리고, 집에 와서 애들에게 구워주니까 너무들 좋아하네요.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들이 보고 싶어서일까요?

낚시라는 취미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는 많은 의견이 있을 줄로 압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신다면 그걸로 된 거겠죠?

긴 졸고(拙稿)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내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를 소망합니다. ^^*